김사과의 소설은 처음이다. 항상 이야기만 나눴었지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너무 주관적이지 않나. 길을 걷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음악을 듣다가도 기분에 사로 잡힐 때가 있다. 나는 그것을 감정 이라고 부른다. 그러한 기분이 드는 것도, 그러한 생각이 드는 것도 다 내 감정 때문이라고. 그런 감정이 생기기 시작하면 나는 한없이 울적해진다. 혹시 당신도 그럴까. 김사과는 그런 기분을 글로 풀었다. 주관적이지 않나. 너무 감정적이지 않나. 기분에 의한 문체가 여기 있다. 김사과의 「더 나쁜 쪽으로」다. 중요한 것은 기분 이 말해주는 거리의 풍경이다. 낯이 익었던 그 모든 것들(거리의 색, 냄새, 소리, 거리를 덮은 어둠, 그리고 그 어둠 속을 가득 채운 사람들, 그들의 얼굴, 표정, 몸짓, 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