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얘기하는 마지막 장에 인용된 빅토르 위고의 말, 당신은 가난한 자들이 도움을 받기를 원하지만, 나는 빈곤이 아예 없어지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문제를 대할 때 어디에 주안점을 두는지에 따라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 등 많은 것들이 변하게 됩니다. 굶주림에 초점을 두자면, 더 많은 식량을 가난한 이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해결방안이 될 것이고, 불평등이 그 원인이라고 보면 당장 눈 앞의 먹을 것을 넘어서 분배와 정의를 해결해야 합니다. 당장 굶고 있는 이들에게 먹을 것을 쥐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지만, 구조적으로 그런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해서 근원적인 문제를 같이 들여다 보는 일이 필요합니다.현재 전 세계인을 먹이고도 남을 식량을 생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 한 편에선 굶주리고 있거나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은 이 역설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굳이 우리 땅에서 자란 먹거리가 아니더라도 반도체를 팔아 쌀을 사 먹을 수 있으면 좋은 게 아니냐고 강변하는 이들에게 식량권 혹은 식량주권의 중요성을 어떻게 이해를 시킬 수 있을까? 전 지구적인 굶주림의 한 가운데에 식량을 돈 으로, 이익을 취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는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존재함을, 그들과 한통속이 되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이 있음을 봅니다. 반도체를 팔아 식량을 살 수 있으면 우리가 굳이 농사를 안 지어도 되는 것 아니냐고 강변하는 이들이 사적 이익을 취하는 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봅니다. 식량권이란, 인권이나 생존권처럼 인간에게 주어져야 할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그 권리를 인정하지 않거나 폐기하는 순간, 우리에게 언제든 생존의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인간은 먹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지요.오랫동안 인간이 가진 식량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가진 자들과 싸워 온 저자의 말을 들어보면, 식량으로 잇속을 챙기는 기업들을 통제하지 않고서는 답이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저자는 전 세계 곳곳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희망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현 유엔사무총장인 반기문에 대한 저자의 입장도 들을 수 있습니다. 전임 코피 아난 총장에 비해서 너무 유순하다는, 어찌보면 강대국들의 입장에 서서 싸우지 않으려는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입지전적인 인물이긴 합니다만, 유엔이라는 거대 조직을 이끌고 가기엔 한계가 뚜렷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미 선출될 때부터 그런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 자리에 올랐다는 이유가 아닌, 정말 세상의 불평등과 부패, 정의롭지 않은 존재들과 치열하게 싸웠다는 이유로 존경을 받는 이가 다음 유엔사무총장이란 자리에 올랐으면 합니다.그리고,저 멀리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배고픔에 떨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우리도 책임이 있다는 자각이 필요합니다. 저자가 얘기했던 것처럼, 수익을 위해 전 지구를 헤집고 다니는 헤지펀드는 결국 우리 주머니에서 이익을 내기 위해 투자하는 종잣돈을 매개체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손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 혹은 이익을 내기 위해서 하는 작은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겐 생명과 직결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말입니다. 세계화를 통해서 고삐가 풀린 자본이 국경을 넘나드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와 함께 우리의 의무와 관심도 세계적인 차원까지 확장이 되어야 하고, 저 멀리 있어 보이지 않는 사람들과도 연대할 수 있어야 진정 세계화를 통해 이 지구의 미래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의 저자 장 지글러의,
기아 문제를 다룬 그의 전작들을 아우르는 결정판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등의 저서로 잘 알려진 장 지글러의 최신작이다. 저명한 기아 문제 전문가인 장 지글러는 이 책에서 유엔 최초의 식량특별조사관으로서 8년 동안 활동하면서 겪은 절망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장 지글러는 이 책에서 5초마다 한 명의 어린이가 죽어가고 그 희생자가 줄지 않는 기아의 참상, 굶주리지 않을 권리인 ‘식량권’과 식량권을 지키기 위해 창설된 세계식량농업기구, 세계식량계획과 같은 국제기구의 한계와 가능성, 기아의 새로운 원흉으로 부상한 바이오연료와 식량 투기꾼, 유엔 내부에서 겪었던 갈등과 장 지글러에게 가해진 압력 등을 선명하게 풀어낸다.
식량특별조사관을 그만두고 쓴 이 책에서는 그가 유엔 내부 인물이었기에 여러 전작에서 차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호시탐탐 그를 해임시키려 했던 미국 대사들, 식량권에 격렬히 반대하던 농가공식품업계 다국적기업들,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 굶어 죽어가는 국민들을 외면하는 남반구의 부패한 정치 지도자들에 맞서 장 지글러는 식량권을 사수하기 위해 투쟁해 왔다. 이 책은 그런 그의 투쟁을 밑바닥에 깔고 있으며, 평생에 걸쳐 전 세계의 기아에 맞선 장 지글러의 지속적인 문제의식과 전망을 종합하고 보여주고 있다.
장 지글러는 절망적 현실 속에서도 기아와 맞서 싸우는 헌신적인 국제기구 활동가와 브라질의 땅 없는 농민들의 연대, 비아 캄페시나, 기아대책행동 등 여러 비정부단체들의 활동에서 희망을 찾으며, 굶주림 없는 세계를 위한 구체적인 연대와 행동을 강렬하게 제안한다. 기아를 둘러싼 배후를 적나라하게 밝혀내고 그 안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찾은 그는 아의 당연성을 거부한다. 그는 인류애에 기반한 공감의 힘이 연대와 실천으로 이어질 때 세계는 굶주리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들어가는 말: 어떻게 굶주리는 세계를 구할 것인가
1. 기아가 빚어낸 대학살
기아의 지정학
보이지 않는 기아
오래 지속되는 위기
덧붙이는 글 1: 기아를 무기로 삼은 이스라엘
덧붙이는 말 2: 2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의 기아
세아라의 이름 없는 아이들의 묘지
하느님은 농부가 아니다
무관심과 냉소가 키우는 굶주림
기아가 낳은 끔찍한 질병, 노마
2. 의식의 각성
기아가 숙명이라고!
세계식량농업기구의 창시자, 조수에 데 카스트로
히틀러가 세운 기아 계획
암흑 속의 한줄기 빛, 유엔과 식량권
처치 곤란한 관, 조수에 데 카스트로 그 이후
3. 식량권의 적
신자유주의를 수호하는 십자군 원정대
빈곤을 키우는 세계 기구들
자유교역이 죽음을 불러온다
자유무역의 전도자, 세계무역기구 수장 파스칼 라미
4. 세계식량계획의 파산과 무기력한 세계식량농업기구
억만장자 짐 모리스의 눈물
한쪽이 부를 쌓을 때 다른 쪽은 굶주린다
세계식량계획, 생명을 선별하다
방글라데시의 빈민, 잘릴 질라니와 그녀의 자식들
세계식량농업기구 대표 디우프, 다국적기업에 무너지다
덧붙이는 글: 이라크 어린이들을 죽게 만든 유엔의 경제 봉쇄
5. 녹색 금을 노리는 독수리 떼
바이오연료, 기아의 새로운 원흉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집착
사탕수수의 저주
덧붙이는 글 : 구자라트의 지옥
아프리카, 다시 식민지가 되다
6. 식량 투기꾼들
헤지펀드, 식량을 노리는 뱀상어들
제네바는 어떻게 식량 투기꾼들의 수도가 되었나
농지를 빼앗긴 자들의 분노와 저항
부조리한 서양의 동조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주